《해방공간: 요새와 둥지》 — 한국관, 베니스에서 한·일 첫 협력 전시
예술감독 최빛나가 이끄는 2026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이 분열의 시대를 위한 연결과 회복의 공간을 제안하며 일본관과 아시아 최초 협력을 이뤄냈다.
사진: Roberto Contreras (새 창에서 열림) · Unsplash (새 창에서 열림)
최빛나 예술감독, 《해방공간: 요새와 둥지》로 전시 선언
2026년 제61회 베니스 비엔날레 국제미술전 한국관이 5월 9일 개막해 11월 22일까지 이탈리아 베니스 자르디니 공원에서 열린다. 전시 주제는 《해방공간: 요새와 둥지》. 예술감독 최빛나는 이 제목에 두 겹의 의미를 담았다. 하나는 일제 강점기에서 벗어난 1945~1948년의 역사적 전환기이고, 다른 하나는 지금도 진행 중인 새로운 주권·세계 만들기의 운동 공간이다.
최빛나 예술감독은 “분열과 혼란의 시대에 신체·공간·물질의 감각적 전환을 통해 연결에 대한 사유와 회복력을 감각하게 하는 기념비를 제안한다”고 밝혔다. 한국관은 요새처럼 단단하게 스스로를 지키면서도 둥지처럼 타자를 품는 공간, 즉 분리와 연결이 공존하는 역설적 장소로 기능하도록 설계됐다.
노혜리 〈베어링〉·최고은 〈메르디앙〉 — 두 작가의 물질 언어
참여 작가는 서울과 뉴욕을 오가며 활동하는 최고은과 노혜리다. 두 작가 모두 추상적·물질적·수행적 예술 언어를 10여 년간 발전시켜온 중견 작가들이다.
최고은은 한국관 특유의 실린더 공간에 동 파이프를 설치하는 장소 특정적 작업 〈메르디앙〉을 선보인다. 동이라는 금속의 물성, 파이프가 만드는 선형적 구조, 빛과 공간의 관계가 관람객의 신체 경험과 맞닿도록 설계됐다. 노혜리는 반투명 막과 8개 스테이션으로 구성된 조형 장치 〈베어링〉을 통해 신체가 공간 속에서 어디에 위치하는지, 어떤 방향으로 향하는지를 감각적으로 묻는다.
분단과 해방 사이에서 ‘지금, 여기’를 묻다
전시는 역사적 사건을 재현하거나 기념하는 방식이 아니라, 과거의 긴장을 현재의 물질·신체·공간으로 번역하는 방식을 택했다. 해방 이후 불확실성과 혼돈 속에서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야 했던 1945~1948년의 감각이,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지정학적 불안·기후 위기·디지털 분열의 맥락과 공명한다는 시각이다.
이 접근은 K아트가 글로벌 무대에서 민족적 서사를 직접 전시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보편적 언어로 전환하는 흐름과 맥을 같이한다. 베니스라는 국제 무대에서 한국의 역사적 경험을 세계가 공유할 수 있는 감각으로 번역하려는 시도다.
일본관과 아시아 첫 협력…자르디니에서 새 연대
이번 한국관의 가장 눈에 띄는 특이사항은 일본관과의 협력 전시다. 자르디니 내 아시아 국가관은 한국(1995년 개관)과 일본 단 두 곳뿐이다. 이 지리적 조건을 역사적·예술적 계기로 삼아, 두 관은 대립적 역사를 넘는 상호 협력을 실천했다. 아시아 국가관 간 최초의 공식 협력 사례다.
예술을 통해 긴장을 우회하거나 봉합하려는 시도가 아니라, 예술 자체가 탈식민·탈경계 연대의 수행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려는 실험이다. 협력의 구체적 내용은 공동 이벤트, 연계 프로그램 등으로 전시 기간 내내 이어진다.
한강·이랑이 함께하는 펠로우십, 전시를 넓히다
한국관은 작품 전시에 그치지 않고 펠로우십 프로그램으로 전시 영역을 확장한다.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 음악인이자 작가 이랑, 농부·활동가 김후주, 사진작가 황예지, 예술가 크리스티앙 니얌페타가 펠로우로 참여한다. 이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해방공간》의 주제를 수행하거나 텍스트·사운드·이미지로 번역한다.
한강의 참여는 노벨상 이후 국제 미술 현장과의 첫 공식 협업이라는 점에서 특히 주목된다. 전시는 11월 22일까지 계속된다. 오는 가을 베니스를 방문하는 여행자라면 한국관을 빠뜨릴 이유가 없다.
자주 묻는 질문
- 2026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전시 주제는 무엇인가요?
- 《해방공간: 요새와 둥지》입니다. '해방공간'은 일제 강점기 해방 이후 1945~1948년의 역사적 전환기를 지칭하는 동시에, 지금 이 순간에도 진행 중인 새로운 주권과 세계 만들기의 운동 공간을 의미합니다. 분열과 혼란의 시대에 인류에게 신체·공간·물질의 감각적 전환을 통해 연결에 대한 사유와 회복력을 제안하는 전시입니다.
- 참여 작가 노혜리와 최고은은 어떤 작품을 선보이나요?
- 최고은은 한국관 실린더 공간에 동 파이프를 활용한 장소 특정적 설치 작품 〈메르디앙〉을 설치해 공간의 물성과 관계를 탐구합니다. 노혜리는 반투명 막과 8개 스테이션으로 구성된 조형 장치 〈베어링〉으로 신체와 공간의 감각적 경계를 실험합니다.
- 한국관과 일본관이 협력 전시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 자르디니(Giardini) 내 아시아 국가관은 한국과 일본 두 곳뿐입니다. 이 지리적·역사적 조건을 활용해 두 관이 대립과 긴장 관계를 넘어 새로운 연대를 실천하는 협력 전시를 추진했습니다. 아시아 국가관 간 최초 협력 사례로, 예술을 통한 탈식민적 화해의 제스처이기도 합니다.
- 펠로우십 프로그램에는 어떤 인사들이 참여하나요?
- 소설가 한강, 작가·가수 이랑, 농부·활동가 김후주, 사진작가 황예지, 예술가 크리스티앙 니얌페타가 펠로우십으로 참여합니다. 이들은 공연·대화·출판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전시의 주제를 확장하고 관람객과의 접점을 넓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