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미중 '호르무즈 합의' 무력화 — 중국 선박에만 해협 통항 허용
미중 정상회담에서 트럼프가 성과로 내세운 호르무즈 해협 개방 합의를 이란이 사실상 거부했다. 이란은 중국 선박에만 통항을 허용하고 중국과의 전략적 연대를 과시하며 미국 압박에 역효과를 냈다.
사진: abolfazl babaei (새 창에서 열림) · Unsplash (새 창에서 열림)
트럼프 “시진핑이 호르무즈 개방 약속” — 이란은 중국 선박만 통항 허용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미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호르무즈 해협 개방과 이란 핵무기 반대에 동의했다고 주장했다. “우리는 이란이 핵무기를 갖는 걸 원하지 않는다. 호르무즈 해협도 열리길 원한다”고 공개 언급하며 회담의 성과로 내세웠다.
그러나 이란의 실제 행동은 이와 정반대였다. 정상회담이 진행되던 5월 13일 밤, 이란은 중국 선박들의 호르무즈 해협 통항을 허용했다. 이란 측은 이를 “양국 간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기반한 조치로 설명했다. 미국이 그토록 원하던 해협 개방이 중국에만 선별적으로 적용된 셈이다.
중국, 중동 발언 자제하며 “이란산 원유 계속 구입” 의사 표명
중국의 입장은 트럼프의 주장과 미묘하게 어긋난다. 중국 측은 회담 기간 중 중동 사태 관련 발언을 극도로 자제했으며, 이후 외교부 성명에서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전쟁이 계속 진행될 필요성도 없다”며 이란 전쟁의 책임을 미국에 돌렸다.
무엇보다 중국이 이란산 원유를 계속 구매하겠다는 의사를 명확히 한 것은 트럼프의 기대를 정면으로 배신한다. 이란 최대 원유 수입국인 중국의 이 같은 입장은 미국의 대이란 경제 압박망에 결정적인 구멍을 뚫는 효과를 낸다.
이란, ‘전략적 동반자’ 중국을 방패 삼아 미국 압박에 역이용
이란의 계산은 선명하다. 미중이 협력해 이란을 압박하더라도, 중국과의 에너지·경제적 연결고리가 미국의 봉쇄 의도를 무력화한다는 것이다. 중국 선박에만 호르무즈 통항을 허용하는 조치는 중국을 이란 편으로 묶어두는 동시에 미국에 ‘합의의 공허함’을 보여주는 이중 전략이다.
이란은 최근 중국과의 25년 전략적 협력 협정을 강화하며 경제·안보 전방위 밀착을 이어왔다. 원유 수출의 80% 이상이 중국으로 향하는 현실에서, 이란에게 중국은 단순한 파트너가 아니라 미국 제재를 버텨낼 수 있는 생명줄이다.
트럼프, ‘해방 프로젝트’ 재개 검토 — 협상 vs 군사 압박 갈림길
협상이 역효과를 내자 트럼프는 다시 군사 옵션 카드를 꺼냈다. 백악관은 이란과의 핵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졌다고 판단할 경우 ‘해방 프로젝트’ 재개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는 이란 핵 시설 타격 등 군사적 압박을 다시 본격화하겠다는 위협 메시지다.
이번 미중 정상회담은 중동 문제에서 미국이 중국을 중재자로 활용하려는 시도가 얼마나 취약한지를 드러냈다. 중국은 이란과의 이해관계를 유지한 채 미국과의 관계도 관리하는 ‘양다리 외교’를 선택했고, 이란은 그 틈새를 활용해 압박을 반전시켰다. 향후 미국의 대이란 전략이 협상 테이블로 돌아갈지, 아니면 군사적 경로로 전환될지가 중동 정세의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자주 묻는 질문
- 호르무즈 해협이 글로벌 경제에 갖는 중요성은?
- 호르무즈 해협은 하루 약 2,000만 배럴의 원유가 통과하는 세계 최대 원유 수송로다. 사우디아라비아·이라크·UAE·쿠웨이트 등 주요 산유국의 수출이 이 해협을 통해 이뤄진다. 해협이 봉쇄되면 글로벌 유가가 즉각적으로 급등한다.
- 미중 정상회담에서 중국이 실제로 합의한 내용은?
- 트럼프는 시진핑이 호르무즈 개방과 이란 핵 반대에 동의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중국 측은 회담 기간 중동 사태 관련 발언을 자제했고, 이후 외교부 성명에서 미국의 이란 개입 책임을 부각하며 이란산 원유 계속 구입 의사를 표명했다.
- 이란이 중국 선박에만 통항을 허용한 의도는?
- 이란은 미중이 자국을 상대로 협력하더라도 중국과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가 미국 압박에 우선한다는 점을 보여주려 했다. 이 조치는 중국에 대한 이란의 경제적 의존도를 재확인하는 동시에 미국과 중국 사이의 쐐기를 노린 외교 메시지다.
- 트럼프의 '해방 프로젝트'란 무엇인가?
- '해방 프로젝트(Operation Liberation)'는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 핵 시설 등을 겨냥해 준비해 온 군사 옵션이다. 이란과의 협상이 진전 없이 교착 상태에 빠질 경우 군사적 압박을 재개한다는 위협용으로 반복 거론되고 있다.